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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목사님 보내온 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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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태일 작성일07-11-24 22:27 조회1,716회 댓글5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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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 안녕하세요.

떠난 온지 벌써 두 주간이 지나갑니다.
목사님과 사모님, 디아코니아 식구들 그리고 교회 모든 식구들 다 평안하시리라 믿습니다. 나영이 감기도 다 나았겠지요.

부모와 고향 떠나면 서럽고 나라 떠나 있으면 애국자 된다더니 간간히 들려 오는 한국의 좋고 나쁜 소식들에 괜히 조금은 더 민감해 지고 집사람으로부터 간간히 전해듣는 교회와 성도들의 소식을 들으면 넌지시 입가에 미소가 머물게 되는 걸 보면 그 말들이 틀리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힌두교와 불교의 발원지이고 도마 사도로부터 시작된 2,0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기독교. 다른 한편으로는 매년 경제 성장률 10%을 육박하는 고도성장에도 불구하고 오랜 식민 생활과 카스트 제도가 세계 어느 나라보다 극심한 편차를 유지하면서도 소위 이들의 삶 속에서 \'정신의 나라\' 인도를 확인하며 인도는 참으로 묘하면서 마음 아픈 나라라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한 선교사님 내외분의 인도 여인네들의 삶에 대한 아픈 이야기들을 들을 때는 이조 시대 우리 여인네들이 겪었던 아픔으로 다가와 남의 일로 여겨지지 않습니다. 소위 ‘다우리’ (결혼 지참금) 제도와 또 그로 말미암아 야기되는 극심한 남아 선호 사상과 여아 생명 경시 풍조, 서민으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딸가진 부모들이 마련해야 하는 결혼지참금 제도 등은 우리의 옛적 그것보다 훨씬 더 뼈저린 현실로 느껴 집니다. 며칠 전 아침에도 제가 묶고 있는 집에서 청소하는 아주머니 - 참 착한 마음과 성실한 삶의 태도를 지닌 분이지요.- 가 문자 그대로 놀고 먹는 남편에게 몽둥이로 맞아 멍든 것을 보여주며 눈물짓는 것을 본 연후라 더 그러하였던 것 같습니다. 그러고도 다음 날 다시 방긋이 웃으며 일하는 모습을 보면 한편 어이가 없기도 하고 더욱 안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멀지 않은 날에 복음의 삶이 주는 선한 영향이 이 나라를 온전히 바꾸어 주시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아무튼 몇 분 선교사님들을 대하며 이 나라에도 좋은 일꾼들을 주님께서 보내어 약한 자들의 상처를 어루 만지시고 눌린 자들의 영혼을 풀어 자유케 하시려는 뜻을 읽을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도마 사도로 인하여 어느 나라보다 기독교의 영향을 빨리 받은 인도는, 힌두와 불교의 뿌리가 있는 나라여서인지 그 정신적 기운이 강하고 온통 힌두교적 영향이 삶 속에 뿌리 깊어 배어 있음을 느끼게 합니다. 이 곳 사람들은 아침마다 집 앞에 흰 가루로 만트라를 그리며 명상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그 모습을 찬찬히 바라다 보고 있노라면 어느 새 함께 명상에 빠져드는 느낌이 들 정도로 묵상과 정성의 정도가 깊습니다. 그들의 의상과 집안 곳곳에 둔 각종 그림과 문양들을 대하다 보면 ‘그들의 삶은 예전 중심이 아니라, 생활 중심이다’라 지적한 어느 책의 글귀에 대한 동의가 저절로 일어나게 합니다. ‘그 때, 저기의 천국만을 향해 지금 여기서의 삶의 문제와 생명에 대하여 침묵하는 것은 신앙의 본질이 아니다’ 하는 외침이 이 나라에서도 가슴 속 메아리가 되어 여전히 들려 옵니다. 땅에 있는 하늘 나라의 삶이 사랑방 식구들 뿐만 아니라 방방곡곡, 나아가 복음의 능력을 맛보게 될 모든 이들에게도 속히 펼쳐 질 수 있기를 소원해 봅니다. 그저 \'두루 두루, 그러나 황소 걸음으로 뚜벅뚜벅 잘 준비해야지\' 하는 생각 뿐입니다.

인도 4대 도시이자 한국의 큰 기업들 100여곳이 들어선 인도 남동부의 산업도시 첸나이에서 몇몇 선교사님 가정들을 만나고 이 곳 선교 사정을 듣고 나서 바로 온 곳이 오로빌입니다.

1968년 영적 스승 오로빈도의 영향을 크게 받은 마더라는 여인으로부터 시작되어 지금은 유엔과 유네스코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중 하나라는 찬사와 함께 매년 수백만불의 지원을 받고 있는 이 공동체는 중앙에 단 한 그루의 나무만이 있는 척박한 땅에서 출발하여 지금은 200만 그루의 나무가 그야말로 정글을 이루고 세계 40여 개국에서 몰려온 2,000 명 가까운 멤버들이 창의적인 실험정신을 가지고 다양성 속에 일치를 꿈꾸며 생활하고 있는 국제적인 공동체입니다. 직경 10km의 은하계 모양을 하고 있으며 지금도 계획된 절반도 채 못 다 지었다 합니다.

30년 동안 이 곳에 산 멤버가 최근에 공동체 내의 어느 마을에 들어갔다가 3시간을 헤맨 후에야 겨우 길을 찾아 나왔다는 얘기를 들으며 그저 웃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마도 이 곳에서 두 달, 그리고 보름 정도 동안 인도 중부의 공동체 서너 곳을 둘러 본 뒤, 유럽으로 갈 계획입니다. 주일 예배나 수요 기도회 시간에 인터넷 상으로라도 참여하려 했으나 이 곳의 인터넷 영업점이 문을 닫는 시간이어서 그저 저 혼자 말씀 묵상과 찬양, 기도 시간을 오붓(?)하게 갖고 있습니다. - 노트북에 담아온 찬양이 큰 도움이 됩니다. - 괜한 고독 중에 찾아 오는 매일의 아침 묵상 시간이 오히려 얼마나 저를 크게 위로하고 풍성하게 하는지요?

어딜 가도 내 집 만한 평안이 없고 어느 공동체를 다녀봐야 사랑방 만한 도전과 재미는 없을 듯 합니다. 앞뒤 가림없는 말을 이제 마치려 합니다. 또 연락드리겠습니다.
늘 평안하시고 건강하십시오. 사랑하는 사랑방 식구들에게도 안부 전해 주십시오.

마냥 뜨겁고 무덥기만 한 이상한 몬순을 겪고 있는 오로빌에서,
받은 많은 사랑에 감사하며 그 추억을 길동무 삼아 길가는 권혁신 드립니다.

댓글목록

이창윤님의 댓글

이창윤 작성일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목사님 여정에 하나님의 은혜가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

김완우님의 댓글

김완우 작성일

오로빌에서 헤매보고 싶은데요..^^ 권목사님, 주일오후에 모닥불가에서 집사님들과 진지하게 얘기나누시던게 생각납니다.

강춘자님의 댓글

강춘자 작성일

저희 가정이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는지라 목사님 가시는데도 돌아보지 못했습니다. 넘 죄송하구..  가신곳이 하나님의 깊은 은혜의 자리가 되길 바랍니다.

권혁신님의 댓글

권혁신 작성일

길떠나면 그리움이 빈가슴을 얼마나 깊이 채워가는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동시에 그 그리움이 추억이 되어 새로운 힘으로 충전됩니다. 사랑방이 주는 힘은 큰 위로가 될 뿐 아니라 제 미래의 좋은 그림입니다. 늘 행복하십시오. 이는 주님의 명령입니다.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