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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간 벗을 그리워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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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배정웅 작성일04-05-12 14:30 조회1,73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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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한 봄날이다. 동네의 브롱스 리버 공원을 산책하다보면 온갖 꽃들이 저마다 자태를 자랑하며 아름다움을 겨루고 있는 듯 하다. 특히 이 때쯤 되면 집집마다 한 그루 씩 심어둔 dogwood 나무에서 핀 가지 각색의 꽃들은 참으로 아름답기 그지없다. 더구나 여기 저기 샛노랗게 펴있는 개나리를 보노라면 어린 시절 부르던 \"나의 살던 고향은....\"이란 노래를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된다. 그러다가 어느새 고향생각에 눈시울이 뜨거워짐을 느낀다. 어릴 때 소꿉장난하며 지내던 그리운 고향, 그 친구들 다들 무얼하고 있을까?

어느새 고향생각이 이곳에서 함께 공부하며 형제보다 가까이 지내다 몇년 전 학위를 받고 한국으로 돌아간 친구 생각으로 바뀐다. 그중 한 친구가 이곳을 떠나 신학교 교수로 금의환향하여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될때 기쁘기 그지 없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섭섭함과 아쉬움을 달랠길이 없다. 지금도 볼일이 있어 가끔 여름철에 이곳을 방문하면 함께 여행도 하며 캠핑도 즐긴다. 그러면 무거웠던 모든 마음의 부담이 한꺼번에 씻어내려 가는 시원함을 느끼곤 한다. 그런데 금년에는 이 친구가 사정이 있어 오질 못했다. 아니 왔어도 멀리 다른 지방에 왔다 갔기 때문에 만나질 못해 더욱 서운하다. 이 친구를 왜 이렇게 유난히 그리워하는걸까?

유난히 그와의 이별이 아쉬운 것은 무엇보다 그는 멋을 아는 친구였기 때문이다. 또 그는 비록 가난한 유학생활이었지만 늘 주위 사람들에게 넉넉한 마음을 나누어 주었으며 누구에게나 따뜻하고 친절하게 깊은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한마디로 그는 만나는 사람들을 신나게 만들어 주는 멋을 아는 축제적 그리스도인이었다. 사실 예수 믿는 사람이 많지만 그와 같이 멋과 여유와 신나는 삶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이 얼마나 될까? 조국의 신학교에서 봉사하게 되었으니 조국에서도 또 한바탕 신바람을 일으키기를 기대해 보며 여기 그와의 즐거웠던 추억을 몇가지 회상해 본다.

무엇보다 그는 가정을 지극히 사랑하고 아끼는 충실한 가장이었다. 그의 집을 방문하면 가정의 화목함이 늘 피부로 느껴진다. 그는 누구보다도 아내를 이해하고 잘 도와주려고 애쓰는 좋은 남편이었다.또한 세 딸에게는 자상한 아버지였다. “오늘은 어떻게 아이들을 재미 있게 만들어 주나?”를 늘 연구하며 좋은 친구가 되려고 노력하는 아빠였다. 길을 가다가도 아름다운 경치를 보면 아내와 세 딸들이 함께 보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하며 다음 기회에 가족과 함께 꼭 다시 들러야겠다고 다짐하곤 했다.

그는 음악과 여행을 좋아했다. 어느날 나에게도 클라리넷을 함께 배우자고 제안했다. 그리고는 틈나는 대로 연습해 제법 잘 부를 수 있게되어 아내는 플롯을 큰 딸은 바이올린을 작은 딸은 첼로를 교회에서 협주하는 수준이 되었다. 몇 년전 여름에 우리 가족과 함께 캠핑을 가자며 안내한 곳이 보스톤 심퍼니 오케스트라의 하계 연습장인 메사추세츠 주의 탱글우드(Tanglewood)였다. 근처의 공원에서 텐트를 치고 밤에는 탱글우드의 잔디 밭에 앉아 모기에 뜯겨가며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을 바라보고 세계적 수준의 (비록 연습곡이긴 하지만) 생음악을 들으며 온 가족들이 즐거워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언젠가는 온 가족이 함께 장장 1600Km을 달려가 캐나다의 명소 프린스 에드워드 섬에가서 텐트를 치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소설 빨강머리 앤의 탄생지인 “Green Gable House”를 둘러보았다. 아이들이 무척 즐거워했고 한 여름에도 북극의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그 해변 가에 앉아 우리는 그 여름 밤 하늘에 뜬 별들 만큼이나 많은 대화를 끝도 없이 나눴다.

몇해 전 우리 가정이 한여름에 뉴저지에서 뉴욕의 사택으로 이사를 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이삿짐을 나르고 빈 집을 정리하느라고 분주할 때 이 친구 부부가 시원한 콜라와 빗자루를 들고 찾아왔다. 목말라 하는 우리 가족들에게 콜라를 따주며 권하고는 팔을 걷어부치고 부부가 함께 방과 먼지가 쌓인 차고를 청소하기 시작했다. 우리 부부는 바쁜 중에 찾아 온 그 마음이 고맙기도 하고 또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준비해서 들고온 그 모습이 우습기도 해서 함께 한참을 웃었다. 새로 이사온 집에서 또 이삿짐을 채우느라 분주할 때 그는 말없이 사라져 커다란 피자를 가져다가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온 식구들이 배부르게 먹을 수 있게 배려해 주었다. 친구의 따뜻한 정성 때문인지 그날의 이사는 어느 때 보다도 즐거웠고 힘도 덜 들었다. 그는 늘 개척교회 시작한 친구를 안스러워하며 돕지 못해 안타까워했다. 가끔 우리 교회에 행사가 있을 때마다 들러서 함께 기도해 주고 또 분에 넘치는 헌금으로 우리를 여러번 놀라게 했다.

무엇보다 그는 유모어가 넘치며 누구보다 경건한 그리스도인이다. 늘 대화 가운데 다른 사람들을 재미있게 만들어 주며 여러 사람이 모이면 아무리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라도 함께 기도하자며 남의 눈과 장소를 의식하지 않고 열심히 기도하는 참으로 신실한 친구이다. 가끔 생각만 해도 마음이 꽉 차오고 따뜻한 봄날의 감미로운 바람처럼 행복이 느껴지는 그런 친구이다. I miss you so mu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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