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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빈이, 수화, 규빈이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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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명규민 작성일04-02-12 01:29 조회2,013회 댓글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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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규빈이를 핑계로 수화를 배우러 다닙니다. 명동 성당 문화 강좌로 열리는 기초반에.
그리고 주일들 중 반 정도는 영락농인교회에 갑니다.

옛날에 우리나라에 한글이 없던 시절에는 중국의 글자를 빌어 기록을 했다고 하지요. 농인들은 수화로 의사소통을 하는데, 이게 시각언어이고 공간 속에서 움직임으로 표현됩니다. 요즘은 동영상을 만들 수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아직 수화는 공식적이고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기록수단이 없다고 봅니다.
마치 옛날 가톨릭이 라틴어로 예배를 드린 것 처럼, 농인들은 한국어로 된 성경을 읽고, 한국어에 음률을 가진 찬송을 드립니다.

농인들의 한국어 실력은 그다지 좋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성경과 찬송의 한국어 문장을 단어 대 단어로 수화로 바꾸어 주어서는 농인들이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수화의 문장 구조는 한국어와 좀 다릅니다. 또 한국어의 한 단어가 가진 여러가지 뜻은 수화의 한 단어로 표현 할 수 없고, 반대로 수화의 한 단어가 가진 뜻도 한국어의 한 단어로 표현 할 수 없습니다.

성경과 찬송을 그에 담긴 뜻과 느낌을 수화로 바꾸어 표현하는 일은 성경 원전을 가져다 놓고 번역판을 만드는 것 만큼이나 어렵고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규빈이를 데리고 농인 교회에 가는 이유는, 그 곳에서는 농인 아이들의 특성을 고려해서 아이들을 여러가지 매체로 교육하기 때문에 이 곳에서 생활로 느끼는 것과는 또 다른 것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양쪽의 서로 다른 장점을 그 둘 중 하나도 놓칠 수 없음을 글로 나타내기가 어렵군요). 또 그 곳에는 (한국어의 영향을 받아 헝클어지지 않은) 수화를 잘 쓰시는 중장년층이 있고, 규빈이와 같은 장애를 가지고 있으면서 신앙 안에서 건강한 삶을 살려 애쓰는 이들, 규빈이가 부담없이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또래들이 있습니다.

수화를 가르칠 수 있는 사람에게 주는 자격제도가 없습니다. 그래서 심한 경우에는 기초반과 중급반 과정을 마친 사람이 기초반을 가르치기도 합니다. 영어사전에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한 단어의 뜻 중 가장 많이 쓰이는 몇 가지를 한글로 제시한 것이 있고, 더 많은 뜻이 문법적으로 어떻게 쓰이는 지를 예문과 함께 한글로 제시한 것이 있고, 영영사전이 있습니다. 저는 의정부에서 수화 중급반 까지를 두 번 마쳤는데 문법적인 설명이나 풍부한 예문없이 한 단어를 한두 가지 뜻으로 배우고 한국어 문장을 그대로 수화단어로 바꾼 것 밖에는 배우지 못했습니다.

무림리를 중심으로 여러분들이 수화 기초반, 중급반 수료증을 받으셨습니다. 그리고 또 다시 수화를 배우자고 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 관심과 사랑이 고마우면서도 걱정이 앞섭니다.

두 교회를 함께 다니는 걸 언제까지 하게 될지, 수화 공부가 참 재미있는 내 모습이 언제까지 계속 될지, 규빈이를 비롯한 농인들과의 대화와 친교를 원하는 사랑방지체들의 모습이 어디로 흘러 가야 할지,...............

생각을 하면 문제도 많고 할 일도 많고 복잡해 지는데, 어쨌거나 수화 배우는 즐거움 큰 요즘입니다. 횡설수설 늘어 놓은 걸 읽느라 고생하셨겠습니다. 이만..

댓글목록

김견호님의 댓글

김견호 작성일

고생하시네요````  ^^:  수화에 능통한 실력자가 되어서 제게도 알려주세요`` 아는 사람에게 배우면 좀 진득하니``` 잘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  ^^:

곽철희님의 댓글

곽철희 작성일

저도 영락농아인교회 다녀온적이 있습니다.  요즘 기회가 되어 수화 공부를 다시 시작하려 합니다. 명규민 다 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