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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은 홀로 서는 것이 아니라 함께 서는 것 - '나를 찾는 여행 쫌 아는 10대'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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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진웅용 작성일21-11-22 13:20 조회314회 댓글0건

본문

시골은 자연과 함께하고, 도시는 인간과 투쟁한다. 물론 시골도 자연과 투쟁하고, 도시도 인간과 함께할 때가 있지만 비교적 그렇다는 얘기다.

이 책은 시골서 농사짓고 사는 한 여성청년농부의 글이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홈스쿨러로 살았던 이야기, 학교밖 청소년과 함께 했던 이야기, 국토 순례와 산티아고 순례에 대한 이야기, 농사 짓으며 사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러한 삶이 지속될 수 있었던 바탕에는 본인의 의지뿐만이 아니라, 부모님, 홈스쿨링 친구들, 그리고 공동체 열매지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자립은 홀로 서는 것이 아니라 함께 서는 것이다.


<밑줄>

초등학교 6학년이 되던 해, 부모님이 나에게 홈스쿨링을 소개해 주셨다.

부모님은 나에게 ‘홈스쿨링을 하자’가 아니라 ‘홈스쿨링이라는 길도 있어’라고 이야기하셨다. 선택은 내 몫이었다.

학교 밖 길을 선택한 뒤로 내 삶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정답은 없었다. 선택 그리고 다음 선택이 있을 뿐이었다.

나는 아침 일찍부터 동네를 걸었다. 이른 아침에 나보다 늘 먼저 나와 있는 떡과 빵을 보면서 ‘도대체 몇 시에 일어나 이 많은 떡과 빵을 만드신 걸까?’ 생각도 하고

내가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한결같이 하시던 말씀이 있다. ‘가장 너답게 살렴. 그거면 충분해’

내가 친구들을 만나고 활동했던 곳은 ‘탈학교 청소년 네트워크 학교너머’라는 곳이었다.

나에게는 소외되어 힘들어하는 친구들이 가장 먼저 눈에 보인다. 얼마나 힘들지 알기 때문이다.

나는 느린 사람이다. 말과 행동도 느리고, 새로운 것을 충분히 내 것으로 받아들이는 데도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걸음도 느려서 걷기 여행할 때 가장 뒤에서 걷는 일이 많았다. 그래도 느린 만큼 길을 세심히 들여다보며 걷는 재미가 있다.

글을 걸으면서 나에게 믿는 구석이 생겼다. 남들보다 더디고 느릴지 몰라도 틀림없이 목적지에 도착해 있을 거라는 믿음 말이다.

‘언니, 내년에 고3이지? 대학 안 가?’
‘나는 학교 안 다니니까 고3은 아니고, 그냥 19살이지. 아직 대학 갈 생각은 없어. 필요해지면 그때 생각해 보려고.’
‘헐, 대학 나와도 취업하기 힘들다는데 어쩌려고? 요즘 계산대 보는 알바들도 완전 고스펙이래.’
‘꼭 취업해야 하는 건 아니잖아.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취업이 아닌데?’
‘대박. 그럼 뭐 먹고 살려고? 우리가 홈스쿨러긴 해도 대학은 가야 하지 않아?’
놀란 눈으로 나를 보는 친구 얼굴을 보니 ‘홈스쿨러라고 모두 대학으로부터 자유로운 건 아니구나’ 싶었다.

우리는 모두 다르고, 바라는 삶과 꿈도 다르다. 세상에 그만큼 다양한 길이 있길 바란다. 지금 내가 살아가는 사회에서 내야할 소리를 내고 용감하게 살고 싶다, 혼자 말고 같이.

선생님은 ‘아집을 버리라’는 것이 논어의 중심 이야기라고 하셨다. 아집이 있는 사람은 잘 배우려 하지 않고, 스스로 생각을 가둔다면서, 생각을 가두지 않는 것이 진리를 찾아가는 길이라고 했다.
사람마다 가진 생각이 있고, 지키려고 하는 중심이 있다. 그 중심은 삶에 꼭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심을 지키는 것과 아집은 어떻게 다른 걸까? 그 둘을 나누는 기준은 ‘돌아 나올 수 있는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산티아고 순례를 떠나기 전에 기회가 있을 때마다 돈을 벌었지만, 계획했던 여행 경비보다 100만원이 모자랐다. 고민하는 나에게 부모님이 100만원을 지원해 주겠다고 하셨다. 하지만 나는 그 돈을 선뜻 받겠다고 대답하지 못했다. 이제 막 농촌에 들어와 농사로 생활비를 벌고 있는 우리 식구에게 100만원은 큰 돈이었다. 그런데 부모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모든 것을 다 혼자 힘으로 해내는 게 자립은 아니라고 생각해. 그건 자립이 아니라, 그냥 외로운 거야. 세상에 혼자 힘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없어. 때로는 도움을 주고, 때로는 받으면서 자기 삶에 담고 싶은 생각과 의미를 지켜가는 거지. 도움을 잘 받을 수 있어야 잘 나눌 수도 있어”

나는 농사를 지어 먹고사는 농부지만 농사 말고도 하고 있는 일들이 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나무를 깍아 무언가를 만들기도 한다. 필름 카메라를 들고 마을을 다니며 사진을 찍고, 책을 읽고 독서 토론도 한다. 이웃들과 힘을 모아 달마다 인문학교를 열고, 마음 맞는 친구들과 음악회도 연다. 이따금씩 다른 지역에 초대 받아 노래 공연을 다녀오고, 농부를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러 다닌다. 돈벌이가 되는 일도 있고, 그렇지 않은 일도 있다. 하지만 좋아서 하는 일이고, 내 삶을 채우는 데 충분한 역할을 하는 일이다.

나는 쓸모 있는 사람보다
오늘 본 밤하늘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참고>
https://100in.tistory.com/3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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