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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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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진웅용(시우아빠) 작성일13-05-16 15:42 조회1,279회 댓글1건

본문

“아빠, 나 죽으면 화장하지 말고 땅에 묻어줘”

외할아버지의 장례를 지켜본 딸아이가 문뜩 저에게 말했습니다.

8살밖에 되지 않은 딸아이가 던진 이 황당한 말에 잠시 망설이다가,

“왜?”라고 물으니,

“너무 뜨거울 것 같아”

이때 같이 있던 딸아이 친구가 끼어들었습니다.

“야, 너희 아빠가 먼저 죽어”

그러자 딸아이가 저에게 묻습니다.

“그럼 아빠는 어디에 묻어줄까?”

또 잠시 망설이다가 이렇게 대답해줬습니다.

“음, 나중에 아빠가 죽으면 시우 마음 속에 묻어줘”

딸아이는 제가 또 무슨 장난말을 하나 싶었는지 바로 답을 하지 않더니 좀 있다가,

“응, 그럴게”라고 답을 했습니다.



지난 5월 9일, 어버이날 바로 다음 날 아침 장인어른께서 별세하셨습니다. 3년간 항암 투병을 하신 끝에 향년 77세로 돌아가셨습니다. 포천 집에 장인과 함께 2년을 살았던 까닭으로 비록 사위이지만 아들 같이 마음이 아픕니다. 다만 작년 1년 동안은 한때나마 병세가 호전되시어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지내셨고, 마지막은 편안히 잠들어 운명하셨다는 사실로 위안을 삼을 따름입니다.



생전에 아버님은 마을 산에서 죽은 나무들을 끌어 와서 땔감을 차곡차곡 쌓아 두시며 “내가 죽어도 너희들이 땔감걱정 하지 않게 하겠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또한 마을 길에 나무를 심으시며 “내가 죽으면 마을 사람들이 이 나무들의 커가는 모습을 보며 나를 생각하겠지”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처럼 가족과 마을을 사랑하셨던 아버님은 ‘화장하여 마을 산에 뿌려달라’는 유언을 남기셨습니다. 그렇게 아버님은 우리 가족들의 마음 속에 묻히셨습니다.



장모님께선 먼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외롭게 생활하시다 돌아가신 장인어른의 장례식장에 혹시나 조문객이 적어 더 쓸쓸하지 않을까 걱정을 하셨습니다. 그러나 정말 많은 문상객들이 오셔서 아버님의 마지막 길이 결코 외롭지 않으셨다고 많이 기뻐하시고 큰 위로를 받으셨다며 감사의 말씀을 꼭 전해 드리라 하셨습니다.



일일이 찾아뵙고 인사를 드려야 하는 것이 예의인 줄 아나, 사정상 이렇게 편지로 대신하는 결례를 너그럽게 용서해 주시길 바랍니다. 저희 장인어른의 마지막 길을 외롭지 않게 해 주시고 유족들의 상심에 깊은 위로를 해 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큰 절 올립니다. 고맙습니다.



2013년 5월, 진웅용(시우,나우 아빠) 올림

댓글목록

정혜정님의 댓글

정혜정 작성일

큰 일 치르시느라 힘드셨지요?
주님께서 주시는 위로로 힘 얻으시기 바랍니다.
나우,시우의 마음속에 좋은 아빠를 늘 그리고 평생 간직하며 살겠지요?
예쁜 딸들있어서 부럽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