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러기학교-우린 그냥 놀아요!
꾸러기학교 꾸러기생활 꾸러기가족 꾸러기앨범 게시판 꾸러기자료 졸업생차지
꾸러기학교-공지

8월5일 꾸러기학교 소식 / 진리가 익어가는 계절 (설진리 어머니 글)

페이지 정보

작성자 전향옥 작성일18-08-25 22:45 조회625회 댓글0건

본문

나는 어린이 교육의 기본 원리로서 어린이는 어린이다운 시간을 충분히 가져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세 살 때는 세 살 어린이가 생각할 수 있는 것, 느낄 수 있는 것, 행동할 수 있는 것을 하면서 신나게 충분히 살아야 한다. 다섯 살 때는 다섯 살의 인생을 풍요롭게 한껏 살아야 한다. 세 살 때 다섯 살 행세를 할 필요가 없고 다섯 살 때 열 살 행세를 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그 때는 다가오니까 미리 늙을 필요는 없다. 그때 그때 최선을 다해 살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어른들의 역할이며 책임이라고 말하고자 한다. 나이테 한가운데 튼튼하고 건강한 어린이 시절을 간직한 나이테형 사람은 늙은 다음에도 왕성하게 물을 빨아 올릴 수있고 꽃을 피울 수 있는 생명의 활력을 잃지 않는다. 『그림책을 보고 크는 아이들. 이상금』
육아를 하며 아마 가장 많은 도움을 받은 책이 아니었나 싶은 책의 한 부분이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되고 나는 아이에게 무엇보다 아이만 가질 수 있는 동심의 특권을 누리게 해 주고 싶었다. 너무 일찍 세상의 탁한 면을 보기 전에 아이다움을 충분히 누리고 가꾸어 갈 수 있다면 참 좋겠다고 늘 마음속에 품고 있었다. 그렇게 나의 첫 아이 진리는 꾸러기로 왔다.
이곳에 오면 언제나 개구쟁이 산복이처럼 가무잡잡한 얼굴로 하루 종일 열심히 노는 아이들을 본다. 누가 열었는지도 모르게 어느새 목소리 가장 크게 내기, 닭싸움 제일 잘하기, 종이비행기 접어 날리기 등등등... 각종 대회가 매일같이 열리고 닫히는 그 곳에 우리 진리도 있다.
진리의 다섯 살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첫 사회생활의 긴장과 부담을 이겨 내느라 아프기도 많이 아팠고 아직은 꾸러기보다 엄마 품이 좋은 그저 작고 어린 아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리의 첫 사회생활을 꾸러기로 정한 것이 우리의 뜻만은 아니었다는 작은 믿음이 우리 안에 있다. 여섯 살의 진리는 더욱 자라났다. 목소리도 제법 커지고 더 많이 더 자주 뛰어다녔다. 이 세상에 엄마 말고는 사랑하는 사람이 없었는데 어느 날은 전향옥 선생님을 사랑한다는 갑작스러운 고백을 하기도 했고 손정미 선생님은 이름대신 이쁜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하루는 초록차에 랄랄라 선생님이 없어서 학교에 가기 싫다고 운적도 있다. 진리 인생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이러한 변화들이 당황스러우면서도 싫지 않았던 것은 선생님들을 향한 신뢰가 내 안에서도 싹트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일곱 살의 진리는 봄철의 조팝나무 꽃처럼 무수히 피어나고 있다. 크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작은 꽃들이 모여 장관을 이루어 내는 것처럼 진리의 일곱 살도 그렇게 피어나고 있다. 소박하지만 신실하게 작고 여린듯하나 함께 모여 아름다움을 만들어 내는 꾸러기들 속에 진리가 있어서 참으로 감사한 계절이다. 이 여름이 지나고 나면 얼마나 더 많은 꽃들을 피워낼지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그 시간들을 불안과 초조함으로 채워나가지 않아도 되는 곳이 바로 꾸러기이기 때문에 우리는 열매를 기다리기에 합당한 사람들이다.
지금 누리는 이 기쁨의 시간이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지만 우리는 이미 충분히 받았고 충분히 누렸다. 이 시간에 진리 엄마로 이곳에 있어서 참 좋았다. 꾸러기의 삶을 온전히 살아낸 진리에게 이곳의 아름답고 따뜻했던 기억들이 훗날을 살아가는 큰 힘이 되어주리라 믿고 있다. 비록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았던 기억은 사라져 버려도 사랑받고 행복하게 지내온 이 시간의 따뜻함이 영원히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꾸러기도 꼭 그러했으면 좋겠다.

꾸러기학교 설진리 엄마^_^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