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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러기학교와의 1년 반 (박지산 아빠 박정준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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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전향옥 작성일22-07-31 15:38 조회8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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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러기학교와의 1년 반

 

 

그의 행복을 기도드리는 유일한 사람이 되자.

그는 살아가고 싶어서 심장이 팔딱거리고 눈이 눈물처럼 빛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나의 그림자도 아니며 없어질 실재도 아닌 것이다.

그는 저기 태양을 우러러 따라가는 해바라기와 같이 독립된 하나의 어여쁘고 싶은 목숨인 것이다

 

 학교를 둘러싼 풍경들이 낯설지 않았다. 오래된 사진들처럼. 내가 자랐던 그 곳과 닮아 있었다. 여름이면 냇가에서 붕어를 잡고 봄이면 분홍빛 진달래로 가득한 앞산을 뛰어 오르며 나는 그렇게 자랐다. 지산이는 세상을 만난후로 지난 5년간 줄곧 아파트 숲 사이에서 살았다. 앞으로도 오랜 시간 그렇게 지내야 할지 모른다. 아내와 나는 그것이 못내 마음이 쓰인다. 그래서 더 기뻤을 것이다. 꾸러기 학교에서 땅을 밟던 첫 순간이.

 아이들이 앉는 작은 나무의자에 앉아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이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학교는 어떤 곳인지. 어떤 역사가 있었고 그 역사 끝에 지금이 있고.

인간의 세상에 없던 것이 저절로 생겨나는 것은 없다. 그리고 새롭게 생겨난 그것이 세상과 사뭇 다른 무엇이라면 더욱더. 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과 시간을 갈아 넣을 때 비로소 세상과 다른 새로운 것이 생겨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그래서 이 아름다운 곳을 만난 것이 기쁘면서도 왠지 모르게 조금 마음이 무거웠다. 집에 돌아와서 아내와 이야기 나누던 기억이 난다. 기뻐했다. 우리가 찾던 곳을 만났다고.

 학교는 우리가 처음 생각했던 그대로였다. 지산이는 친구들과 함께 밭을 일구고 숲길을 걸으며 물장구치며 놀았다. 친구들과 갈등을 해결하는 법도 배웠고 다른 사람을 걱정하며 기도하는 법도 배웠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법도 배웠다. 글을 외우는 것도 배웠고 노래 부르는 법도 배웠다. 지산이와 함께하는 친구들, 지산이 친구의 가족들, 지산이와 함께 해주시는 세분의 선생님들, 전향옥, 정승희, 이어람. 그리고 학교의 모든 선생님들. 그리고 공동체의 식구들에게 감사한다. 마신 물 컵을 정수기 옆에 쌓아두는 지산이를 보며 돕는 손길이 이 곳 저곳에서 지산이의 삶을 감싸고 있음을 생각했다.

 지산이는 많은 사랑을 받으며 사랑하는 법을 배우며 지난 1년 반을 자라왔다. 나는 그것을 하루하루 지산이의 말과 표정에서 느꼈다. 선생님들의 수고와 헌신은 지산이의 말과 표정과 삶속에 담겨있다. 그 수고와 헌신에 깊이 감사하면서, 나는 여전히 처음 학교를 만났던 날의 마음을 가슴 한쪽에 가지고 있다.

 지산이가 자신의 친구들과 선생님과 학교를 사랑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사랑할 수 있는 것이리라. 받은 사랑으로 다져진 땅위에서 독립된 하나의 어여쁜 목숨으로 우뚝 서 가는 그가 되기를. 받은 사랑을 세상에 주는 그가 되기를.

 감사합니다.

 

인간은 꿈의 세계에서 내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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