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무 무심했나 봅니다.

추석 전날 늦은 저녁에 집으로 들어가다가 문 앞에서 기어다니는 땅강아지를 보았습니다.
오랜만에 만남이 너무 반가워 집안 식구들을 불렀지요.
식구들의 반응은 시쿵둥하더군요.
요즘도 마음만 먹으면 밭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나요.
잠깐동안이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제가 너무 무심했었나 봅니다.

이곳은 생김새도 다양한 벌레들이 많이 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살았던 저는 무시로 집안을 기어다니는 벌레들이 무서워 피해다니기 바빴으며
날씨라도 궂으면 작은 청개구리들이 집안 여기저기를 껑충거리며 뛰어다니고
저의 침대에서 높이뛰기를 신나게하는 개구리들을 만나곤 하였습니다.
그 당시에 이런 상황들이 저에게는 커다란 불만이었으며 공포(?)였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예전보다는 방문이 뜸합니다. 저에게도 그동안 노하우가 생겼거든요.

날아다니는 반딧불을 이곳에서 처음으로 보았습니다.
소설속에나 등장하는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듯한 무수한 별들을 보았습니다.
저녁 노을이 너무 붉어 정말 산불이 난줄 알고 겁을 먹기도 하였습니다.
어느 해인가 뒷산에서 멧돼지가 내려와 고구마와 옥수수 밭을 초토화시키기도 하였으며
저수지에 엄마와 함께 물을 먹으러 나오는 아가 고라니를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한가로이 한 가족을 이끌고 논 가운데로 마실나온 원앙들을 자주 만날 수 있으며
동화속의 주인공인 두꺼비왕자와 맹꽁이공주를 수시로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이곳 무림리를 진정으로 많이 사랑합니다.

우리는 농약을 치지 않습니다.
제초제도 뿌리지 않습니다.
비료도 음식 찌꺼기와 한약 찌꺼기를 발효시켜 사용합니다.
왜냐하면 이곳은 오랫동안 우리와 후손들이 살아가야 할 땅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지하수를 그냥 먹습니다.
우리뿐만이 아니라 물맛이 좋아 방문하시는 많은 분들이 물을 받아 가십니다.
여기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은 오이, 가지, 토마토, 참외등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옷에 쓱쓱 문질러서 그냥 먹습니다.
어제도 어린이학교와 꾸러기학교 학생들이 무공해 고구마를 캐서 집으로 가지고 갔습니다.
그래서인지 여기는 희귀하고도 다양한 동물과 식물 곤충들의 좋은 모임 장소가 되는 것
같습니다.

얼마전에 천연기념물인 원앙 둥지를 직접 보았으며 그밖에 수리부엉이, 붉은배세매, 소쩍새 올빼미가 날아다니는 것도 보았습니다.
유명한 조류학자가 말씀하신 것을 전해 드립니다.
수목원의 생태계를 보호하려면 주변의 야산을 함께 보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구요.

얼마전 신문에서 동.식물자원의 세계적 보고인 광릉숲에 대한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
지정이 재추진된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정말 반가운 소식입니다. 꼭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설악산과 백두산, 제주도등 3곳이 보전 지역으로 지정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광릉숲 생물권 보전 지역으로 중요한 이곳이 지금 개발과 보존이라는 문제를 놓고 진통을 겪고 있습니다.
몇몇 사람들은 이기적인 생각으로 무조건 뒷산을 개발해서 주택을 지을 계획을 하고 있고
저희 교회와 환경 단체들은 무자비하게 자연을 파괴하는 것을 막으려고 합니다.
개인의 이익만을 위해서 공동의 재산인 산(사유지라도)을 무자비하게 파괴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한번 파괴된 자연을 복구하는 것은 실로 불가능하며 그 후유증으로 엄청난 댓가를 인간들에게 요구하는 것을 우리는 실제로 보고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뒷산의 무자비한 개발을 막는 우리의 생각들이 잘못된 것일까요?
이번 일들이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결과가 되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지금 온 교회와 학생들 또 우리를 돕는 사람들이 함께 이 일을 놓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함께 기도로 동참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