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벨탑

얼마전에 일본인 작가가 쓴 책 서문에서 우주인들이 지구를 바라본다면 우리들의 모습이
바다속을 헤엄치는 아름다운 물고기로 보이지않을까라는 글을 본적이 있습니다.
그 글을 보면서 갑자기 오래전에 개미때를 보면서 은혜받았던 생각이 떠오릅니다.
꾸러기학교는 82년에 종로4가에서 시작을 하였는데 일주일에 나흘을 등교하였습니다.
그중에 이틀 견학을 갔었는데 그중 하루는 자연을 가까이할수 있는 곳으로 갔었습니다.
지금 기억으로 성균관대학 주변에 있는 작은 동산으로 자연놀이를 갔을때인 것 같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꾸러기들은 스스로 무엇인가 놀잇감을 찾기에 분주했고 저는 그들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하나라도
더 담느라고 캠코더를 들고 이리저리 바쁘게 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까부터 여러 꾸러기 친구들이 머리를 조아리며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는 것입니다.
자세히보니 개미떼를 관찰하며 친구들끼리 이런저런 이야기로 대화를 하고 있었습니다.
어떤 친구는 줄을 지어가는 개미떼들 앞에 둑을 쌓아 방황하게 만들기도하고, 어떤 친구는
둥근 방을 만들어 가두어놓기도하고, 또 흙을 덮어 묻기도하며, 순간 흥분해서 개미를 밟은 친구는 다른
친구들로부터 생명을 존종 안했다고 혼도 나고 있더군요.
그것을 보면서 순간 하나님께서 보시기에 제 모습이 바로 개미같지 않을까 생각했었습니다.
나름대로 계획을 세우고 열심히 씩씩하게 사는 것 같지만 작은 변화에도 당황하며, 작은
상처에도 많이 아파하며, 쉽게 포기하고, 갈등하며 힘들어하는 제 모습을 주변의 변화에
당황하고 쩔쩔매는 개미들속에서 느낄수가 있었습니다.
우리에게 직면한 대단한 일이라는 것이 과연 하나님보시기에도 그럴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제게 삶의 작은 지혜가 생겼습니다.
어려움이 생기면 이 상황이 정말 죽을만큼 힘들고 어려운 일인가? 그렇치않으면 이 정도쯤이야하는
감당할수 있어 하는 자신감을 포함한 여유가 생겼다구나할까요?

학교에서 친구들과 생활하다보면 갑자기 행동이 변하는 친구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 변화가 일시적이고 긍정적이면 좋은데 어두운 모습이 오래가면 내심 걱정이 됩니다.
저는 가장 적절한 기회를 만들기위해 한동안 그 친구의 주변과 상황을 살피곤합니다.
어떤 친구는 빠른것이 좋을때도 있지만 어떤 친구는 한참을 기다려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기회가 주워지면
그런 친구들과 함께 산책을 하거나 우리집으로 초대해서 만남을 가집니다.
처음에는 담담한 대화로 시작해서 아무렇치도않게 웃어넘기던 친구들도 시간이 지나면 표정이 복잡해지면서
그동안 속으로 아파하던 것을 인정하며 나름 힘들어하며 조심스럽게 그들의 속내를 드러냅니다.
대부분 이야기들이 쉽게 대화로 풀수 있었던 일인데 그동안 극비인양 꽁꽁 숨겨서 몸과
마음과 행동이 부정적으로 변하지요. 이런 친구들은 수업 시간도 흥미가 없으며 다른 친구들하고 작은 일에
다툼이 많아지고 성격에 따라 나홀로 행동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 시간이 길어진 친구일수록 대부분 선생님들과 만남의 횟수도 늘어납니다.
저는 그동안 혼자 힘들었을 친구에게 미안한 마음을 담아 위로합니다.
그래도 고마운 것은 한번 만났던 친구들은 그 후에 행동이 많이 자유스러워진다는 것을
바라본다는 것은 참 감사한 일입니다.
함께 했지만 언제부터인가 무의식중에 서로를 향해 조금씩 바벨탑을 쌓았던 것 같습니다.

서로 다르다는 것 때문에 불편하고, 싫어하게되고, 미워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르기 때문에 더 재미있고,
신나고, 행복하다는 것을 삶속에서 배우기위해 어린이학교 친구들은 다양한 학교 생활을 통해 행복한 사람이 되기
위한 지혜를 하나씩 익혀가고 있습니다.

요즘도 저는 틈만 나면 친구들에게 데이트 신청을 합니다.
조심스럽지만 아직까지는 okay 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