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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교육이 열린다(16) 꾸러기 학교 한겨례 (199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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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원영 작성일14-07-14 14:09 조회1,45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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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교육이 열린다(16) 꾸러기 학교
한겨레 1997.2.7

꾸러기 학교
자유로움 속에 싹트는 어린 상상력
취학전 어린이대상 현장 체험학습 다양...\"아이들 의견이 먼저\"

\"잡아라! 경찰이다! 손들엇! 탕탕!\"

아이들의 경찰놀이는 이런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경찰은 \'총을 들고 범인을 잡는다\'는 식의 사고가 뿌리박혀 있는 탓이다. 서울 종로구 인의동 50-2에 자리 잡은 \'꾸러기학교\' 아이들도 다르지 ㅇ낳았다. 그래서 근처에 있는 동대문 경찰서를 방문해 수많은 경찰의 모습을 보여줬다.

매주 금요일마다 하는 이런 \'현장학습\'은 알게 모르게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심어놓은 편견을 깨보다는 뜻에서 만든 것이다. 소방서와 군대도 가봤다. \'정치인은 싸움꾼\'으로 알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다음 주엔 국회를 방문할 계획이다.

취학 전 아이들에게 종일반으로 운영되는 꾸러기 학교는 92년 4월 사랑방교회 안에서 만들어졌다. 처음부터 대안교육을 염두에 뒀던 것은 아니다. \"이렇게 자라줬으면\"하는 소박한 바람에서 출발했다.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함께 사는 인간\"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었다.

처음 학부모의 눈엔 아이들이 그저 노는 것처럼 비쳐졌다. 한글이나 산수를 가르치는 시간도 따로 없었다. 아이가 책을 읽고 있으면, 교사가 곁에 다가가 자연스레 함께 책을 읽으며 가르치는 식이었다. 불만이 쌓여갔고, 일부 학부모들은 다른 유치원을 찾아 떠났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어머니들의 전폭적인 신뢰를 얻었다. 포천, 원당 등 먼 곳에서 아이들을 보내는 엄마도 있다.

15명의 아이들은 월, 화, 목, 금요일 등 1주일에 4번 오전 9시에서 오후 5시까지 함께 지낸다. 강사 5명이 요일마다 음악, 미숙, 과학, 영어, 종이접기, 놀이 등 재능교육을 맡는다. 그 순서는 언제든 바뀔 수 있다. \"아이들의 의견이 ㅁ너접니다. 부모나 교사는 나중이예요.\" 3명의 교사 가운데 한 명인 홍원숙(33)씨의 말이다.

경쾌한 \'코끼리 행진곡\'이 수업시작을 알리면, 아이들이 한 곳에 모인다. 수업이라고 해서 교사가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게 아니다. 음악에 맞는 율동을 아이들 스스로 만들도록 도와준다. 무엇을 그리라고 지시하지도 않는다. 재료를 주고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리게 할 뿐이다. 아이들의 상상력은 끝이 없다. 풍선을 든 도깨비 배 속에 꽃을 그린 아이도 있다. 봄바람에 날린 꽃씨가 도깨비 입 속으로 들어갔다는 것이다.

놀이를 하고 나면 아이들의 옷은 땀으로 흠뻑 젖는다. \'몸 골리기\', \'인간 피라미드 쌓기\' 등 서로 신체를 맞대는 공동놀이 탓이다. 피라미드 쌓기를 처음 할 때 아이들은 밑에 들어가지 않으려고 서로 다퉜다. 하니만 곧 나이가 많거나 힘이 센 순서로 피라미드를 쌓는다. 함께 사는 법을 배운 것이다. \"아이들의 노는 모습에서 자주 제 자신의 부족한 점을 발견합니다. 아이들이 반면교사인 셈이죠.\" 이월영(45) 교장의 말이다.

1달에 1번은 요리를 만든다. 최근엔 김장을 담그기도 했다. \"저도 이제 김장 담글 줄 알아요.\" 리나(7)의 자랑이다. 해마다 여름과 겨울에 열리는 공동체학교는 자연과 호흡하는 시간이다. 지난 12~15일 강원도 홍천에서 아이들은 눈썰매를 만들어 타고, 연을 만들어 날렸다. 저녁엔 고구마, 감자를 구워먹고, 스스로 대본을 지어 연극도 했다.

꾸러기학교의 공식적인 교육비는 없다. 학교설립 산파 구실을 했던 사랑방교회에 헌금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살아방교회는 학교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오는 4월엔 사랑방교회를 따라 경기도 포천으로 이사한다. 꿈꾸던 운동장도 생긴다. 사정상 제한했던 아이들 수도 20여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조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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